사랑합시다!!! (방명록 2)





별로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이제 겨우 방명록 100 채웠습니다. 채웠으니까 어쨌든 밀어두고, 새 방명록 겁니다. 이건 몇 년만에 다시 100 채울까. 뭐, 안달하는 성질은 아니니까. 심지어는 절대 채워지지 않아도 그럭저럭...혼자 끄적이며 놀고 있는데 뭐.



TIP:
(Egloos 카테고리를 보면, 전체 목록을 볼 수 없이 몽땅 본문으로 뜬다. 또 카테고리에 new 서비스 따위 없다. 그래서 처음에 남의 얼음집 가면 막막했었다. 더구나 카테고리 아래에는 무조건 '다음' 뿐이니 열심히 누르면서 확인할 밖에. 그러다 내가 참 미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분명히 이런 미련 떨지 않을 것이여...)
내가 찾아낸 결론은, '이전 블로그'를 누르는 것.
'달력'도 있겠지만, 나는 '달력'을 안 걸었으니까...어쨌든 '달력'이나 '이번 블로그'의 그 달치를 누르면 쉽게 해결되는 것을 여태 생각 못 했다니.

by 暗雲姬 | 2009/12/31 23:59 | 개인자료 | 트랙백 | 덧글(47)

잔뜩 부었네

동호회 아우가 지난 주 어느 밤에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강아지에 대한 방송 예고를 봤다며 잊지 않고 보겠노라 매일 염불하듯 되뇌었다. 무언지 몰라도 강아지에 관한 것이라니까 나도 덩달아 봐야지 하고는, 그 시간 가까워지자 일찍 잠드는 새나라의 어른이 깨 있나 확인하기 위해 메세지를 보냈더니, "졸려서 일어나 설거지 했슈" 하는 답. 그렇게 우리가 강아지에 관해 볼 거라고 말하자 딸애는 볼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며칠 건들지 못 한 셈틀을 켜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광고 전에 Next 하며 나온 제목이 '노견만세'. 막 머리 감고 나와 드라이어로 말리던 아이 손길이 바빠졌다. "이건 꼭 볼 거예요."

두 달 전인가, 동호회 처녀가, MBC에서 스페셜 기획하는 게 노견에 관한 것이던데 제보자 찾더라고 연락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었다. "쟤만 출연한다면 모를까 나도 출연하는 건 싫어서" 하고 킥킥 웃는 옆에서 딸내미가 그랬다. "쟨 눈 빼면 노견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적합하지 않다 할 걸요." 사랑에 눈이 먼 우리는 "맞아, 그래, 정말이야, 쟬 누가 노인네로 보겠니..." 등등 이렇게 왁자하게 웃고 넘겼었다. 이게 바로 그 프로그램인 모양이다.

길지 않은 시간, 화면에 나오는 그 애들은 신기하게도 우리 막둥이와 같은 나이들이다. 그러면 우리 애가 최고령선에 있다는 말이네. 몹시 노쇠하고 병 들고 치매에 종양에 염증에 시달리면서 입맛도 잃고 시력도 잃어 버린 착한 동물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어쩌면 자기네 본능을 많이 포기하거나 잃어야 했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최후까지 책임과 사랑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들...살아 있다는 것, 서로 존재를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고 이윽고 사랑으로 풍요로웠던 기억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게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만 사랑한다는 것은 목숨이건 뭐건 그저 장난감 정도로나 여기는 것이고, 병 들고 늙고 추해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함께 삶을 걸어가는 동료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부모가 사위어가는 것을 보며 안타깝기는 했어도 그것이 지저분하다 싫다 하지는 않았듯이. 상대가 부모가 아니라서, 사람이 아니라서, 개라서 그 감정이 다르다면 그야말로 '애완견'이었을 뿐 '반려견'으로 안았던 게 아니었겠지.

훌쩍 코를 들이마시는가 했더니 벌떡 일어난 딸애가 화장지를 통째 가져왔고, 그 때부터 우리 둘은 번갈아 뽑아가며 훌쩍 팽 울고 풀고 난리가 났었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내 배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자는 막둥이 녀석을 틈틈이 쓰다듬을 때마다 녀석은 방해 받아 귀찮다는 듯 머리를 젓고 살짝 돌아눕곤 했다. "엄니, 울 꼬실이는 쟤네들에 대면 어린애네요. 얘는 정말 대한민국 최고 얼짱 동안 대회에 나가야 해요." 딸내미가 늘 주장하는 바다. 그러게...보이지 않고 냄새도 못 맡고 거의 들리지도 않지만 그래도 다른 큰병은 없는 셈이다. 보이지 않으니까 마구 뛸 수는 없어도 지장없이 걷고, 여전히 맛있는 것 찾으며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사양하지 않고, 본래부터 있던 살짝 아토피 외에는 다른 염증도 없다. 물론 오늘도 한두 달 전보다 0.1kg 더 줄은 것 확인했지만 뛰고 걸을 수 없는 노견에게서 빠져나간 근육 탓일 것이요, 최근에 약간 까다로워진 입맛이기는 해도 아예 잃지는 않아 맛난 것 내놓으라 협박도 여전하고, 치매는커녕 한 번 정한 시간이나 습관은 절대로 놓치는 법 없고 삐지면 풀어주지 않는 한 며칠이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며, 털도 빠지고 검버섯도 피었지만 관절염 하나 없는 모습이 저 나이에 저 정도는 약과일 게고...정말 이렇게 멀끔하게 이 나이까지 와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화면 안에서 그 동갑네들은 숨을 헐떡이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데 울 막둥이 녀석은 십 년 전이나 진배없이 저는 '귀염둥이'요 '막둥이'란다. 연신 코를 풀어대면서 한 손으로는 막둥이를 조물락조물락, 정말 고마워, 절로 이 소리가 자꾸 나왔다. '완소꼬-완전 소중한 꼬실이' 녀석은 보이지 않는 뿌연 눈을 떠 성가신 누나의 사랑의 손길에 마지못해 할짝 대답해 주었다. 그런저런 두런거림을 보태며 화장지 한 통 다 쓰고나니 방송이 끝났다.

거울 앞에 선 아침. 맙소사, 저게 누구야. 얼굴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이 탱탱 부어 있네.


이틀 전에 딸애가 그린 울 막둥이 그림 (전지, 아크릴)

내 동생 꼬실이 'ㅂ'
눈에 비닐은 뭐냐면.. 백내장을.. 표현한 것이랄까...
몇년 전부터 백내장이 왔는데
그게 차츰 악화되더니 반 년 정도 전쯤부터 앞을 못 보게 된 불쌍한 내 동생.
지금은 냄새도 못 맡고 귀도 안 들리는데
그렇다고 콧구멍이나 귀까지 다 막으면 그림이 웃겨질 것 같아서 -_-
제일 대표적(?)으로 눈만 가렸다.
까만 전지에 한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아무 냄새도 없으니까
그냥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어서.
그냥 전지 한 가운데에 꼬실이만 그려놓으면 너무 썰렁할 것 같아서
자세히 보면.. 여백에 다 까만 아크릴 물감으로 울퉁불퉁하게 칠해놨다.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냄새도 못 맡는 꼬실이로서는
사방이 뭔지 모를 요철처럼 느껴질 테니까...

by 暗雲姬 | 2009/07/04 08:06 | 걔네들 | 트랙백 | 덧글(0)

담배

수필 쓰시는 김영찬 선생 말씀.^^

꼭 담배를 끊어야 합니까?
제가 하루 담배 두세갑씩 피웁니다.
목이 늘 따끔거리고 까시 걸린듯해도 담배는 피우지요.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젤 먼저 커피물을 올려놓고 담배 한개피 피워뭅니다.
커피 두잔 여거푸 마시고 담배 세개피쯤 피우고 나야 그때부터 정신이 맑아집니다.
***
담배 팔아서 버는 엄청난 돈으로 담배 애연가들 병걸리면 치료해준다거나
담배를 아무리 피워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게끔 담배 질을 개발할 생각은 않고...
그래서 정부나 담배 제조업자들이 나쁜 놈들이란 겁니다.

by 暗雲姬 | 2009/07/04 07:13 | 생각 | 트랙백 | 덧글(2)

그리워

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 바람 불면 선듯하고 바람 사위면 후텁거린다. 하늘 가득 몰려왔다 몰려가는 잿빛구름 다음으로 이어지는 구름도 썩 예쁘지는 못 하다. 환경학자인 동무의 말로는, 이제 우리나라 여름에 뭉게구름은 없다고 한다. 맞아, 정말 아주 오랫동안 그 풍성한 구름을 못 보았구나.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살아왔던 꼴이 한심해 스스로 우리가 불쌍해 지려고 하다가, 요즘 애들은 아예 본 적도 없겠다 싶으니 그만 애들이 더 불쌍해지네. 그나마 추억이라도 있었던 우리와는 또다르다. 그런데 뭉게구름도 환경오염 내지는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거라니, 뜻밖이군. 환경 안 걸리는 데가 없구나.

이른 아침부터 바깥이 시끄럽다. 온동네를 다 부숴 버릴 듯이 뚜다다다, 저기 아스팔트를 뚫는 게다. 재작년에 길 넓히고 그 아래 상수도니 하수도니 오물로니 묻는다고 법석 떨어놓은 곳을 또 파헤치고 있다. 옆으로 또 길을 넓힌단다. 이거 원, 하구한날 늘어나는 자동차님들 배려하느라고 밭은 찌그러지고 길만 웽하니 뚫어 끝간 데 없이 달아나고 있다. 뚜다다다다다 바로 집앞인 듯이 가깝게 들리는 저 소리를 얼마나 더 듣고 살아야 할까. 매미가 나왔다가 다 달아날라.

바깥길 뿐 아니라 안길도 포장한지 3년째다. 어제처럼 비가 쏟아지면 신발 잡아먹던 진창은 없어지고 시멘트길 따라 물이 쿨쿨 흘러내려온다. 앞창 얕은 슬리퍼 신으면 금세 발이 젖는다. 그러나 걸음 서툰 노인들한테는 좋다고 하는데, 밭 빼놓고는 흙 밟을 일 없어지는 시골의 살이가 참 허망하다. 노인네들, 저 길을 좀 오래 걸어보슈, 관절 저릿저릿해도 계속 좋다 하실 수 있을지. 하긴 요즘은 시골마저 노인들 오래 걷게 둘 일 없다. 집마다 차 있고, 좀 드물긴 해도 골골마다 버스도 드나들고, 여차하면 콜택시 불러댈 수도 있으니까 이웃마실이나 살살 다니는 깜냥으로는 시멘트길이 무릎을 혹사하는 것 모르시겠지.

이맘 때면 나는 머위잎쌈이 먹고 싶다. 살짝 데친 쌉싸름한 넓은 잎을 손바닥에 턱 올려놓고 밥 한 술 얹고 된장 발라 입 딱 벌리고 푸짐하게 먹는 그 맛은 상추는 물론이요 호박잎과도 또다른 맛이다. 우리 마당 바깥에도 머위가 우거져 꽃이 피면 사진 접사 하겠다고 코 처박고는 했었다. 그런데 우리집은 물론이요 우리 마을에 이제 머위가 없다. 한 번은 아예 날 잡아 안길 좌우를 샅샅이 훑었는데 걸핏하면 무더기 무더기 앉았던 그것들이 단 한 군데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안길 포장하면서 사람이 씨앗 뿌려 심고 기르는 것 아니면 길옆 풀들은 싸그리 뽑아 버린 까닭이다.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모질 수 있담. 외진 다른 지역으로 원정이나 나가야 머위잎 구할 수 있으려나.

비 오시는 밤이면 뒤뜰에 나가 마당 가에 있는 머위를 찾았다. 우산 받고 쭈그리고 앉아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숨을 죽이고 있노라면 머위잎 아래 그 어둔 그늘이 반짝반짝 빛나곤 했다. 반딧불이들이 죄다 넙데데한 머위잎 아래로 숨어드는 모양이었다. 비 피할 넓은 잎이야 어디 머위 뿐인가, 우리 마을에선 토란 키우는 집은 없지만 호박잎이랑 오이잎 따윈 여느 시골이라면 지천이다. 그런데도 사람이 비료 뿌리며 기르는 데서는 우리가 맡지 못 하는 어떤 냄새가 나서일까 반딧불이들은 꼭 머위 아래만 오글오글 반짝 영롱 모여들었다. 행여 그것들이 놀라서 비 뿌리는데도 대책없이 튀어나갈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어둠 속을 응시하며 30분, 한 시간...팔뚝에 소름이 돋고 발에 반짝반짝 전기가 올라도 차마 편하게 옮겨딛지도 못 하고 쭈그린 채로 버티노라 애를 썼다. 반딧불이 그 신비한 빛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내가 살아 있지 않다는 기분도 들었다.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동동 떠서 반딧불이들과 어울려 머위 아래로 기어들어가는 듯했다. 눅눅한 습기, 툭툭 듣는 빗소리, 전깃불빛 없는 시골 뒷마당, 컴컴한 머위 그늘...저희들이 쉬는 숨 때문일까 공기의 흐름 때문일까, 밝아졌다 희미해졌다 하는 그 작은 빛들이 모여 때로는 머위잎 무늬가 비쳐보이기도 했다. 팅커벨이 요정가루를 뿌린들 그처럼 황홀할까.

이제 비가 와도 찾아갈 어둠, 짙게 우거진 잎그늘은 없다. 반듯반듯하게 구획된 안쪽에서만 상추며 호박이며 토마토며 자랄 뿐 길가에 후줄근한 풀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터다. 우리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머위를 따라 반딧불이도 벌써 서너 해 보지 못 했다. 괜히 머위에 집착하느라 놓친 건 아닐까 싶어 주의깊게 살폈지만 은은하고 끈질긴 그 작은 빛을 하나도 마주칠 수 없었다.

어제도, 오후 몇 시간 개더니 밤이 되자 다시 투덕투덕 밭에 덮인 비닐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려오길래 살금살금 도둑걸음으로 나가 밭 주위를 빙빙 돌았다. 물론 끝내 어디에서도 숨어 있는 그 작은 불빛을 만나지 못 했다. 딸더러 물었다. 너, 반딧불이 기억해? 그럼요, 작년에도 봤잖아요. 작년에 언제? 아, 재작년이었나, 아니 중학교 때였나... 나와 함께 우산 아래 쪼그리고 앉아 머위그늘을 들여다보며 소리 죽여 웃음 깨물던 기억이 언제였던지 아리송한 모양이었다. 아예 반딧불이 존재 자체를 잊고 있던 딸, 그래서 시골에 머위가 뽑히고 반딧불이가 사라지는 거야, 인마.

저 뒷산 약수터 쯤에는 있지 않을까. 거기도 길 내겠다고 산허리를 잘라 뱀처럼 아스팔트가 휘감았지만 그래도 약수터는 그 위에 있으니 아직 안전지대 아닐까. 하지만 오밤중에 거기에 올라갈 수도 없고, 이제 나는 더 이상 그 다정한 불빛을 만날 수는 없을 지도 모르겠다. 동무한테 얘기했더니 재작년에 전원주택 지어 이사를 한 큰언니네에 머위가 있는 걸 보았다 했다. 그거 푸짐하게 좀 따다 다구. 오케이. 근데 말야 꼭 낮에 따. 밤에 무슨 잎을 따겠니.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말야, 밤에는 반딧불이가 거기서 쉬거든. 어, 그래? 그러면 반딧불이 구경하러 가야 겠네. 글쎄...텃밭만으로 농촌 흉내 내고 소꼽 노는 전원주택지에 반딧불이가 깃들어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는데.

by 暗雲姬 | 2009/07/03 10:08 | 계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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