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딸 / 그리움의 영상시



Father and Daughter (2000)


미카엘 두독 데 비트 Michael Dudok De Wit : 감독
미카엘 두독 데 비트 Michael Dudok De Wit : 각본
Willum Thijssen : 제작부
Claire Jennings : 제작
Normand Roger : 음악
미카엘 두독 데 비트 Michael Dudok De Wit : 미술

2001년 미국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과 끌레르몽-페랑, 그리고 최근 앙시 애니메이션 영화제까지 각종 국제 영화제를 휩쓴 단편 작품.




어린 날에 어디론가 떠나버린 아버지. 딸은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할머니가 되었다. 삶이란 사람들에게 그렇게 어딘가에서 그리움을 남기고, 또한 사람들은 그러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 간다. 기묘하게 쓸쓸한 느낌과 아름다운 화면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카엘 두독 데 비트 (Michael Dudok De Wit)

영국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스페인에서 몇 년간 일한 후 다시 영국 런던에 자리를 잡았다. TV와 영화의 광고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많은 상을 수상했다. 94년작 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수상경력 : 제73회(2001)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영화작품상 - 아버지와 딸
제25회(2001)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관객상 - 아버지와 딸
제25회(2001)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단편부문 - 아버지와 딸





[리뷰]

한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아버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먼저 하얀 백지를 꺼내보자 .
그리고 아버지란 단어를 끄적여 놓고, 5분동안 연상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흰머리, 다정함, 벽, 고향, 기둥, 담배향기, 논두렁, 술, 주사....
그리고 세월이 갈수록 진해지는 그리움과 애틋함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앞에 적은 나의 것들과 교집합은 이루어져도 합집합은 어림없다.
그만큼 각자 다른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아무 검색 사이트를 켜고 검색창에 ‘아버지와 딸’을 쳐보자.
그다음, 동영상의 정보가 뜬 곳에 마이클 두독의 ‘아버지와 딸’을 클릭하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아버지와 딸’을 감상하자



구슬픈 ‘다뉴브강의 물결’이 흐르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당신은 8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2시간짜리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이 촉촉해 질 것이다.

안시 페스티벌에서 네덜란드 감독이 만든 이 짧은 단편에 문화도, 연령도, 심지어 사상도 틀린 사람들이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아버지를 가진 우리도 소녀의 기약 없지만 아름다운 기다림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버지와 딸’ 은 바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한편의 영상시이기 때문이다.


2000-2001년에 걸쳐 부천 국제 대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에 초청돼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은 2000년 네덜란드 애니메이션 영화제 그랑프리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영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각종상을 휩쓸어 애니메이션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수작이다.



1953년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은 스위스와 영국에서 미술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후 첫 번째 애니메이션 <인터뷰>를 만들었으며, 주로 영국에서 TV와 영화를 위한 상업 광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어린이 책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왔는데, 1992년 <청소부 톰 Tom Sweep>을 통해 본격적인 독립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94년에는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안시, 히로시마, 오타와 페스티벌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수도승과 물고기 The Monk and The Fish>을 제작하였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여자아이는
멀뚱히 강가의 배에 오르는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 배는 마치 저승으로 가는 카론의 나룻배처럼 아버지를 데리고 떠난다.
여자아이는 찰박찰박 뛰어다니며 멀어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가슴속에 새긴다.

얼마 후, 딸은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 다시 찾아온다.
딸은 한참 그곳에 머물다. 떠나간다.

심하게 바람이 부는 날
소녀가 된 딸은 거센바람을 가르며 찾아온다.
아버지의 자리에 오기까진 힘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에게서 멀어지는 길은 순식간이다.

비가 오는 날
딸은 다시 아버지가 떠난 언덕에 온다.
그리고선 한참을 바라보다 집으로 향한다.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소녀의 모습은 지쳐보인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는 딸
잔상효과처럼 아이들의 자전거는 언덕을 차례로 넘고,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스쳐간다.
소녀는 잠시 멈추지만 친구들의 재촉에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반복적으로 그늘진 곳과 아닌 곳을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그것은 마치 세월의 흐름과 인생의 흔적과 같다.

아가씨가 된 딸
연인의 뒤에 앉아 멈추지도 않고 아버지의 자리를 지나친다.

그리고 어두운 밤, 자전거의 등을 켜고 혼자 아버지를 찾아온다.

바닦에 낙엽이 휘날리고,
딸은 이제 어머니가 되어 가족을 데리고 그곳을 찾는다.
소풍을 나온 듯, 남편과 아이들은 뭍으로 내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딸은 그저 아버지가 떠난 곳을 바라보고만 있다.

중년의 아줌마가 된 딸
아버지의 그리움에 다시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찾는다.
그곳은 강물이 사라지고 늪이 돼버렸다.
딸은 조심스레 뭍으로 다가간다.

한 떼의 새 무리가 그곳을 배회하고

다시 그곳에 나타난 딸은 할머니가 되어있다.
딸은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고 버겁게 끌고 온다.
그리곤 아버지의 자리에 아버지와 같이 자전거를 세운다.
하지만 자전거는 마치 딸의 모습처럼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자꾸 쓰러진다.
딸은 자전거를 포기하고 뭍으로 내려간다.

억새풀이 수북이 자란 늪을 헤치고
딸이 도착한 곳은 아버지의 배가 모래에 반쯤 묻혀 있는 곳....
그곳은 딸의 마지막 안식처이고 죽음의 자리이며, 아버지의 품이었다.
딸은 그곳에 자궁속의 태아처럼 둥굴게 눕는다.

딸은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일어난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니 억새풀이 만든 길의 끝에 아버지가 서 있다.
딸은 일어나 달린다.
달려가면서 딸의 모습은 할머니에서 소녀로 변한다.
그리고 그리운 아버지의 품속에 포옥 안긴다.



장면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갑자기 울컥하면서 나도 내가 당황할 정도로 눈물이 샘솟았다.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아름답고도 슬프게 표현하다니...
8분정도의 시간 안에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미묘한 감정을 그렇게 담담하고, 묵묵히 표현하다니....
대사 한마디, 클로즈업 샷 하나 없이 잔잔히 흐르는 마이클 두독의 영상은 산문보다 더 섬세하고 시보다 더 감성적이었다.



빛바랜 갈색의 모노톤, 과감한 생략, 여백의 미를 살린 동야화풍의 배경그림은 화려한 기법없이 8분이란 짧은 시간안에 영상언어의 극치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만큼 서정적 스토리를 탁월한 영상으로 연출한 감독의 이야기 전달력이 뛰어났다는 말이다.

장면 구성은 놀랄만치 단순하다.
하지만 곳곳에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인생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반복적으로 딸이 아버지를 찾는 장면은 세월이 변해도 변함없는 사랑을 나타낸다.
세월의 흐름은 자전거의 굴러가는 바퀴와 딸의 옆을 지나가는 상반된 연령의 인물로 알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인물과 지나칠 때마다 울리는 작은 벨소리는 딸의 의지를 나타낸다.
이밖에도 연출된 음악, 롱쇼트,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 하늘을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이미지를 통한 시간 경과의 몽타주는 세심히 계산되어 있다.


화면 구성 중 인물은 작게, 배경은 크게 보여주는 롱쇼트는 쓸쓸하고 담담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이러한 공간 활용은 작품을 보는 내내 캐릭터의 표정조차 볼 수 없지만 딸의 기약없는 기다림이 얼마나 애틋하고, 아련한지 알 수 있다.
또 처음장면에 어린 딸의 찰박거리는 섬세한 움직임은 전작에서부터 움직임에 대한 감독의 재해석이 얼마나 탁월한지 보여준다.


기다림을 화두로 짧은 이야기 속에 인생의 여정을 담는 ‘아버지와 딸’에서 음악 또한 빠질 수 없다. 반복되는 장면과 꼭 맞게 연출된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비롯한 슬라브 민요풍의 구슬픈 아코디언 음색은 보는 이들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또 어린시절 어디론가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서글픈 여정에 깊이와 여운을 더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마지막 딸이 소녀이 모습으로 아버지의 품 속에 안긴 장면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늪 가운데 그득한 억새풀 속의 작은 배...
할머니가 된 딸은 그 배가 마치 아버지의 품인냥 아기같이 눕는다.
아름다운 기다림의 종착역인 것이다.
그 종착역은 죽음이었고, 아버지가 계신 천국이었다.
딸은 억새풀이 열어 준 길로 아버지에게 달려간다.
할머니는 처녀가 되고, 소녀가 되어 아버지의 품에 안긴다.
정말 평온한, 안식과도 같은 죽음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위력과 감동을 느꼈다.
그만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보석 같은 작품이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구부정 할머니가 되어도이 감동은 영원할 것이다.
솔직히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컥해지고, 나의아버지가 생각난다. 이야기를 알고 있어도 그 모노톤의 쓸쓸함과 아버지의 품에 안긴 소녀의 모습에 글썽거리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매번 날 울리는 ‘아버지와 딸’
감히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 말 할 수 있다.

“어릴 적 살던 시골의 풍경을 떠올리며
부모를 보고 싶어하는 아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것을 그려보고 싶었다.”




글 : 한지혜_코믹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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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暗雲姬 | 2007/11/23 08:34 | 읽어두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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