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30일
선생님들 베일을 벗겨라
며칠 전 정선생네 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졸업앨범 얘기가 나왔다. 선생님들 졸업앨범 사진은 너무 사기가 짙다며 투덜대는 물결이. 도대체가 새파랗게 젊은 시절 사진들을 몇 년째 계속 올리고 있으니 솔직히 추억으로 간직할 가치가 없다고 강변을 하는 것이다. 삼촌도 다를 게 없어요, 작년 앨범 보니까 삼촌 사진은 대체 언제 찍은 거예요, 결혼하기도 전에 찍은 거 맞죠...이러고 공격하는 것에 맞서, 지정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으라는데 거기 찾아다닐 시간이 있기나 하냐고 대꾸를 하는 정선생. 약간은 그 말도 맞다. 학생들 졸업앨범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선생들도 별로 없을 뿐더러...그러나 더 깊은 속사정은, 그 사람들도 아마 자기들 늙은 모습을 자꾸 남기고 싶지 않을 거다. 나이 들면서 사진 찍기가 꺼려지는 게 사람인지라 결혼식 가서도 보면 노인들은 굳이 손사래를 치며 찍히기를 사양하시지 않나. 어쨌든 시간이 없다고 하는 정선생 앞에서 내가 장난끼가 동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사진 찍어줄께. 디카로 찍어 어쩌겠냐는 것을, 수염도 깎지 않았고 머리도 허연 걸 어쩌냐고 요리조리 빼는 것을, 포토샵으로 잘 처리해줄테니까 걱정을 말라고 열심히 꼬셨다. 옆에서 그의 아내는 웃기만 할 뿐이었다. 마침 그 집 벽지도 하얗겠다, 이 정도면 최상의 조건이라고 부추겨 결국 그를 벽 앞에 세웠다. 입던 옷 그대로인 채 벽에 붙어 서려니 어색한지 표정이 만만치 않았다. 입을 지나치게 뾰족하게 내민다든가 벽에 너무 딱 붙어서 키재기 하는 모양새라던가 목을 바짝 치켜세운다거나...우리는 연신 낄낄거리며 여러 장 찍어 들고 나왔다.
집에 와 찍은 것들 점검해서 그 중 자세가 바로 나온 것 하나 고르고 포토샵을 열었다. 일단 반흑인으로 보일 정도 시커먼 그 얼굴빛부터 고치고, 이마네 너무 깊게 패인 주름도 살짝 문지르고, 이틀을 깎지 않아 삐죽거리는 수염을 싹 밀어붙이고, 회색빛 머리카락도 검게 물들였다. 그런데도 영 석연치 않았다. 무어가 잘못된 걸까, 들여다 보고 들여다 보고...아하, 옷이로구나. 젊어서야 아무 거나 걸쳐도 누구나 멋있게 보인다. 그걸 젊은 애들 본인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라도 젊음이 부러운 게 아닌가. 쉰 바라보는 늙수그레한 남자가 정면을 바라보며 아무리 그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여도, 또한 아무리 포토샵으로 손을 봐도 트레이닝 웃도리 걸치고는 영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자, 이걸 어쩐다. 다시 가서 옷 갖춰 입고 또 찍자고 하기도 그렇고...한참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문득, 학생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작년에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열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 때 물결이가 막 놀렸었다. 세상에 미니홈피에다가 증명사진 올리는 사람이 어딨어요...이러고 낄낄거렸다. 메인에 점잖은 증명사진을 올려서 역시 구닥다리라고 학생들이 웃는다는 것이다. 정말 고지식한 사람이지...혼자 중얼거리면서 정선생 미니홈피를 찾아나섰다. 늘 쓰는 아이디를 아는지라 그것을 넣고 엔터 치니까 금방 떴다. 정말 근엄한 증명사진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에고, 이런, 쯔쯔...별별 소리를 다 내면서 그 사진을 저장을 했다. 아마 십 년 전쯤 찍은 사진인 모양이다. 이마 주름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아직은 삶에 찌든 기미도 없는 얼굴...정말 그랬었는데. 자기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아 교장이나 교감에게 어지간히 미움도 받았었다. 저러다 끝내 못 견디고 나가 버리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하던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 삶에 찌들어 굽신하지는 않아도 만사에 시들해져 있다. 그 젊은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저장한 사진에서 옷만 도려내 새 사진에 붙이고 보니 옷이 약간 모자란다. 할 수 없이 도장툴로 일일이 복사해 늘렸다. 옛날보다 더 살이 찐 건 아니지만 나이는 못 속여 굵어진 목도 살짝 양쪽에서 눌러주니 목이 길어졌다. 그렇다고 영 이상한 건 아니고 내 보기에는 감쪽같았다. 기왕 하는 김에 조금 더 날씬하게 만들줘야지. 많이 바뀌어 보이지는 않으니까 완전사기는 아니고, 그저 본인 기분에 조금 덜 울적하리라. 그걸 인쇄해 가져다주니까 신기해 했다. 이번 졸업앨범에는 이 사진을 내야겠다고, 그리고 스무 해 전 동사무소에서 대충 찍은 사진이 꼭 범죄자처럼 나와서 보기 괴로워 주민등록증 갱신신청을 할 참이었는데 거기에도 쓰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좋다니 다행이다. 물결이도 대만족이었다.

(어허, 수정 전 맨 첫번째 사진은 그나마도 지워 버려서 앞에 사진은 옷만 다를 뿐 머리도 새카맣게 되어 있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수업 중에 졸업앨범 얘기가 또 나왔단다. 아무래도 졸업을 앞두고 있어 앨범 얘기를 자주 하게 되는 모양이다. 당장 며칠 후에 가게 될 가을소풍도 앨범에 담을 사진을 찍는다는 확실한 목적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앨범 얘기만 나오면 흥분을 하는 물결이가 선생님들 지난 사진 쓰는 것에 대해 또 신랄하게 비판을 했단다. 집에 있는 졸업앨범들 보다 보면 정말 너무하다 싶더라고, 작년 사진이 십 년 전 사진이더라고, 올해는 새 것 올렸는지 모르겠다고 툴툴대는 물결이한테 급우들이 그 사진들이 궁금하다고 하더란다. 마침 수업에 들어와 있던 젊은 선생님도 궁금하다고, 아무개 선생님 젊어서는 어땠냐, 아무개 선생님은 어떠했냐...궁금해봤자 학교에 보관된 것 찾아볼 열성이야 없을테고 그냥 궁금하기만 할테지. 물결이 반에 아비와 동갑인 교사의 딸이 또 하나 있지만, 한동네에서 어려서부터 삼촌 이모 하며 선생님들 만나온 물결이와는 다르게 의정부에 사는 그 애는 제 아비 따라 이 학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본 사람들이라 달리 할 말이 없을 게다. 한 번도 고3 담임을 맡은 적 없는 그 선생은 앨범도 한 권 없으니 2년에 한 번씩 고3 담임 맡은 남편 때문에 앨범이 쌓여 있는 우리와는 형편이 많이 다르리라. 물결이 얘기를 듣고 지난 앨범을 꺼내 뒤졌다. 그 많은 앨범에 한 사람당 겨우 세 장 정도 다른 사진이 있는 정도다. 그러니까 매번 몇 년씩 울궈먹었다는 소리지. 재미있겠다 싶어서 그 사진들을 다 스캔 받아서 네 장에 편집을 했다. 겨우 네 장밖에 안 되네. 앨범마다 새 사진이었으면 훨씬 많았을텐데. 그걸 인쇄해 두었는데 맨날 잊어먹고 그냥 가더니 드디어 오늘 챙겨들고 등교를 했다. 지금쯤은 교실이 왁자하겠구먼. 십대 후반 그 극성스러운 웃음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렇게 선생들 사진을 편집하다가 이번에는 나 자신이 궁금해져서 누렇게 변한 지난 증명사진들을 찾아냈다. 들여다보고 웃으면서 하나하나 스캔을 받았다. 정말 재미있네. 내 역사로구만. 세월은 정직한 것이어서 절대 누구도 비켜가지 못 한다. 요즘 가끔 동안이니 어쩌니 하면서 방송을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약간 늦춰진다든지 하는 것일 뿐 그이들이 정말 호호 할머니 호호 할아버지 되지 않은 채 여든에도 지금 같은 얼굴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징그럽지 않겠는가. 지금도 예순 다 된 여자가 삼십 대 얼굴을 하고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소름이 끼치던데. 자기 관리 잘 한 노력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노력이라는 것이, 젊음에 대한 값을 그만큼 높이 쳐주는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니겠는가. 젊음만큼 늙음도 값진 것에 분명한데, 아니 도리어 더 값진 것인데 왜 그렇게들 늙음을 기피하려고만 하는지. 내가 살아온 시간이 과히 편치 않았는지 결코 편안하게 늙어가는 중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살아낸 시간인 걸 어쩌나. 굳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물결이만은, 나중에도 비교적 편안하고 곱게 늙는 세월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어미로서 욕심낼 뿐이다.
집에 와 찍은 것들 점검해서 그 중 자세가 바로 나온 것 하나 고르고 포토샵을 열었다. 일단 반흑인으로 보일 정도 시커먼 그 얼굴빛부터 고치고, 이마네 너무 깊게 패인 주름도 살짝 문지르고, 이틀을 깎지 않아 삐죽거리는 수염을 싹 밀어붙이고, 회색빛 머리카락도 검게 물들였다. 그런데도 영 석연치 않았다. 무어가 잘못된 걸까, 들여다 보고 들여다 보고...아하, 옷이로구나. 젊어서야 아무 거나 걸쳐도 누구나 멋있게 보인다. 그걸 젊은 애들 본인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라도 젊음이 부러운 게 아닌가. 쉰 바라보는 늙수그레한 남자가 정면을 바라보며 아무리 그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여도, 또한 아무리 포토샵으로 손을 봐도 트레이닝 웃도리 걸치고는 영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자, 이걸 어쩐다. 다시 가서 옷 갖춰 입고 또 찍자고 하기도 그렇고...한참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문득, 학생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작년에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열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 때 물결이가 막 놀렸었다. 세상에 미니홈피에다가 증명사진 올리는 사람이 어딨어요...이러고 낄낄거렸다. 메인에 점잖은 증명사진을 올려서 역시 구닥다리라고 학생들이 웃는다는 것이다. 정말 고지식한 사람이지...혼자 중얼거리면서 정선생 미니홈피를 찾아나섰다. 늘 쓰는 아이디를 아는지라 그것을 넣고 엔터 치니까 금방 떴다. 정말 근엄한 증명사진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에고, 이런, 쯔쯔...별별 소리를 다 내면서 그 사진을 저장을 했다. 아마 십 년 전쯤 찍은 사진인 모양이다. 이마 주름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아직은 삶에 찌든 기미도 없는 얼굴...정말 그랬었는데. 자기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아 교장이나 교감에게 어지간히 미움도 받았었다. 저러다 끝내 못 견디고 나가 버리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하던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 삶에 찌들어 굽신하지는 않아도 만사에 시들해져 있다. 그 젊은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저장한 사진에서 옷만 도려내 새 사진에 붙이고 보니 옷이 약간 모자란다. 할 수 없이 도장툴로 일일이 복사해 늘렸다. 옛날보다 더 살이 찐 건 아니지만 나이는 못 속여 굵어진 목도 살짝 양쪽에서 눌러주니 목이 길어졌다. 그렇다고 영 이상한 건 아니고 내 보기에는 감쪽같았다. 기왕 하는 김에 조금 더 날씬하게 만들줘야지. 많이 바뀌어 보이지는 않으니까 완전사기는 아니고, 그저 본인 기분에 조금 덜 울적하리라. 그걸 인쇄해 가져다주니까 신기해 했다. 이번 졸업앨범에는 이 사진을 내야겠다고, 그리고 스무 해 전 동사무소에서 대충 찍은 사진이 꼭 범죄자처럼 나와서 보기 괴로워 주민등록증 갱신신청을 할 참이었는데 거기에도 쓰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좋다니 다행이다. 물결이도 대만족이었다.

(어허, 수정 전 맨 첫번째 사진은 그나마도 지워 버려서 앞에 사진은 옷만 다를 뿐 머리도 새카맣게 되어 있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수업 중에 졸업앨범 얘기가 또 나왔단다. 아무래도 졸업을 앞두고 있어 앨범 얘기를 자주 하게 되는 모양이다. 당장 며칠 후에 가게 될 가을소풍도 앨범에 담을 사진을 찍는다는 확실한 목적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앨범 얘기만 나오면 흥분을 하는 물결이가 선생님들 지난 사진 쓰는 것에 대해 또 신랄하게 비판을 했단다. 집에 있는 졸업앨범들 보다 보면 정말 너무하다 싶더라고, 작년 사진이 십 년 전 사진이더라고, 올해는 새 것 올렸는지 모르겠다고 툴툴대는 물결이한테 급우들이 그 사진들이 궁금하다고 하더란다. 마침 수업에 들어와 있던 젊은 선생님도 궁금하다고, 아무개 선생님 젊어서는 어땠냐, 아무개 선생님은 어떠했냐...궁금해봤자 학교에 보관된 것 찾아볼 열성이야 없을테고 그냥 궁금하기만 할테지. 물결이 반에 아비와 동갑인 교사의 딸이 또 하나 있지만, 한동네에서 어려서부터 삼촌 이모 하며 선생님들 만나온 물결이와는 다르게 의정부에 사는 그 애는 제 아비 따라 이 학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본 사람들이라 달리 할 말이 없을 게다. 한 번도 고3 담임을 맡은 적 없는 그 선생은 앨범도 한 권 없으니 2년에 한 번씩 고3 담임 맡은 남편 때문에 앨범이 쌓여 있는 우리와는 형편이 많이 다르리라. 물결이 얘기를 듣고 지난 앨범을 꺼내 뒤졌다. 그 많은 앨범에 한 사람당 겨우 세 장 정도 다른 사진이 있는 정도다. 그러니까 매번 몇 년씩 울궈먹었다는 소리지. 재미있겠다 싶어서 그 사진들을 다 스캔 받아서 네 장에 편집을 했다. 겨우 네 장밖에 안 되네. 앨범마다 새 사진이었으면 훨씬 많았을텐데. 그걸 인쇄해 두었는데 맨날 잊어먹고 그냥 가더니 드디어 오늘 챙겨들고 등교를 했다. 지금쯤은 교실이 왁자하겠구먼. 십대 후반 그 극성스러운 웃음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렇게 선생들 사진을 편집하다가 이번에는 나 자신이 궁금해져서 누렇게 변한 지난 증명사진들을 찾아냈다. 들여다보고 웃으면서 하나하나 스캔을 받았다. 정말 재미있네. 내 역사로구만. 세월은 정직한 것이어서 절대 누구도 비켜가지 못 한다. 요즘 가끔 동안이니 어쩌니 하면서 방송을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약간 늦춰진다든지 하는 것일 뿐 그이들이 정말 호호 할머니 호호 할아버지 되지 않은 채 여든에도 지금 같은 얼굴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징그럽지 않겠는가. 지금도 예순 다 된 여자가 삼십 대 얼굴을 하고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소름이 끼치던데. 자기 관리 잘 한 노력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노력이라는 것이, 젊음에 대한 값을 그만큼 높이 쳐주는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니겠는가. 젊음만큼 늙음도 값진 것에 분명한데, 아니 도리어 더 값진 것인데 왜 그렇게들 늙음을 기피하려고만 하는지. 내가 살아온 시간이 과히 편치 않았는지 결코 편안하게 늙어가는 중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살아낸 시간인 걸 어쩌나. 굳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물결이만은, 나중에도 비교적 편안하고 곱게 늙는 세월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어미로서 욕심낼 뿐이다.
# by | 2008/09/30 10:23 | 삶..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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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읽으라고 웹에 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갑습니다.
하지만 다시 기르려니 그건 더 어렵네요.
게다가 이제 머리 숱이 많이 적어져서...
근데...파마를 하셨던 사진은 없으시네요. ^^
젊어 미인 아닌 사람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