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4일
눈만 그렇구나
녀석이 제대로 걷지를 않아 걱정했다. 처음에는 아장아장 걷는 게 귀엽다 생각했는데 그게 차츰 비척비척으로 비쳐져서 걷는 걸 볼 때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근육이 다 빠져나가는가, 기운이 없어지는가, 모든 게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가...이러면서 아버지의 마지막 한 해를 자꾸 떠올렸다. 아버지가 그렇게 사그러들지 않았던가.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쉽지많은 않았다. 이제 녀석도 그 수순을 밟아가는구나...자꾸 눈물이 돌았다.
어제 동호회 아우네 갔을 때,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녀석이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내 기척을 듣고 졸졸 따라와 기다린 모양이었다. 눈이 안 보이면서부터 절대 혼자 있지 않으려는 녀석 때문에 집에서든 바깥에서든 항상 녀석을 달고 다닌다. 웬만한 데는 안고 다니고, 움직여도 위험하지 않다 싶으면 내려놓는데 그렇게 졸졸 내 뒤나 딸애 뒤를 따르는 것이다. 내가 소파로 왔을 때 녀석은 여전히 화장실 앞에 있었다. 아마 내가 나와서 돌아온 걸 몰랐던 모양이다. 이름을 부르니 그제서야 서서히 얼굴을 돌리고 다시 몸을 돌려서 아장아장인지 비척비척인지 아무튼 내게로 오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이 발 아래 오면 안아올릴 태세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나를 지나쳐가는 게 아닌가. 내가 앉아 있는 쪽을 가늠하지 못 한 것이다. 그렇게 늘 맞닥뜨리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녀석만큼이나 적응하지 못 하는 나는 또 코가 찡해왔다. 내 앞을 스쳐지나간 녀석의 코가 자그마한 찻상에 닿았다.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목을 빼고 콩콩 냄새를 맡더니 손을 뻗어 살짝 쳐보았다. 두어 번 그렇게 확인을 해서 그게 찻상이라는 거, 그리고 높이를 재봤는지 살짝 상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상 위에 선 채 다시 손을 뻗어 기역자로 꺾어진 소파 저쪽을 톡톡 확인을 하고는 또 날렵하게 뛰어올라서는...아장아장 내게로 찾아왔다.
아우네 녀석들 세 마리는 절대로 그렇게 뛰어오르지 못 한다. 아니 우리 동호회 어떤 놈들도 그렇게 뛰어오르지 못 한다. 그건 우리 꼬실이만이 할 수 있는 가볍고 잰 몸놀림이다. 열여섯 해 동안 보아온, 누구나 감탄을 하는, 고양이처럼 가볍고 소리조차 내지 않고 높은 데를 뛰어 오르내리는 우리 막둥이 날렵함. 나는 그만 감격을 해서 녀석을 꼭 부등켜안았다. 아아, 기운이 달린 게 아니구나, 근육이 빠진 게 아니구나, 그냥 보이지 않아서 겁 먹고 조심하는 것 뿐이었구나. 안도감이 몰려왔다. 보이지 않아 그렇지 다른 데는 아직 멀쩡하다고. 우리 아직은 한참 더 행복하게 함께일 수 있을 거야.
어제 동호회 아우네 갔을 때,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녀석이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내 기척을 듣고 졸졸 따라와 기다린 모양이었다. 눈이 안 보이면서부터 절대 혼자 있지 않으려는 녀석 때문에 집에서든 바깥에서든 항상 녀석을 달고 다닌다. 웬만한 데는 안고 다니고, 움직여도 위험하지 않다 싶으면 내려놓는데 그렇게 졸졸 내 뒤나 딸애 뒤를 따르는 것이다. 내가 소파로 왔을 때 녀석은 여전히 화장실 앞에 있었다. 아마 내가 나와서 돌아온 걸 몰랐던 모양이다. 이름을 부르니 그제서야 서서히 얼굴을 돌리고 다시 몸을 돌려서 아장아장인지 비척비척인지 아무튼 내게로 오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이 발 아래 오면 안아올릴 태세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나를 지나쳐가는 게 아닌가. 내가 앉아 있는 쪽을 가늠하지 못 한 것이다. 그렇게 늘 맞닥뜨리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녀석만큼이나 적응하지 못 하는 나는 또 코가 찡해왔다. 내 앞을 스쳐지나간 녀석의 코가 자그마한 찻상에 닿았다.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목을 빼고 콩콩 냄새를 맡더니 손을 뻗어 살짝 쳐보았다. 두어 번 그렇게 확인을 해서 그게 찻상이라는 거, 그리고 높이를 재봤는지 살짝 상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상 위에 선 채 다시 손을 뻗어 기역자로 꺾어진 소파 저쪽을 톡톡 확인을 하고는 또 날렵하게 뛰어올라서는...아장아장 내게로 찾아왔다.
아우네 녀석들 세 마리는 절대로 그렇게 뛰어오르지 못 한다. 아니 우리 동호회 어떤 놈들도 그렇게 뛰어오르지 못 한다. 그건 우리 꼬실이만이 할 수 있는 가볍고 잰 몸놀림이다. 열여섯 해 동안 보아온, 누구나 감탄을 하는, 고양이처럼 가볍고 소리조차 내지 않고 높은 데를 뛰어 오르내리는 우리 막둥이 날렵함. 나는 그만 감격을 해서 녀석을 꼭 부등켜안았다. 아아, 기운이 달린 게 아니구나, 근육이 빠진 게 아니구나, 그냥 보이지 않아서 겁 먹고 조심하는 것 뿐이었구나. 안도감이 몰려왔다. 보이지 않아 그렇지 다른 데는 아직 멀쩡하다고. 우리 아직은 한참 더 행복하게 함께일 수 있을 거야.
# by | 2008/10/24 22:51 | D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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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땡이 나리 98년12월9일생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잘올라오던 쇼파랑 침대도 올려달라고 칭얼거리고.
산책나가도 예전처럼 활기차가 놀지 않고 조금 심하게 놀면 밤에 끙끙거리고.
이래저래 가슴아픈 밤이네요. 꼬실아 아프지만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