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14일
철렁
그저께 누나 졸업식이라고 아침부터 나가서 낯선 데 낯선 분위기 속에서 헤매고는 저녁 때는 또 할아버지 제사에 다녀왔으니 몹시 피곤했었나 보다.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자나 싶었더니 어제는 종일 아무 것도 입에 대지를 않았다. 이제는 조금만 리듬이 깨져도 오래 피곤해 하는구나, 마음이 아파 끊임없이 자고만 있는 녀석을 애닯게 보아야만 했다.
그런데 밤 11시 경에 갑자기 그윽극 토하는 것이 멀건 물. 그렇지, 물밖에 먹은 게 없으니 물만 토할 밖에. 꼬르륵 끼익 뱃속에서 소리도 요란했다. 그렇게 굶어 장에 가스가 잔뜩 찼나 보구나, 무어라도 먹으면 가실까 했지만 일체 입에 넣는 것을 거부하고 요리조리 고개를 피하기만 했다. 어쩌냐. 토하고 나니까 다시 목이 마른가 또 어마어마하게 마시고 다시 토하고...몇 차례 반복하고는 또 고개 틀어박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밤새 댓 차례나 일어나야 했다. 자꾸 물 마시고 오줌 누고 토하고...미치겠다.
10시에 문을 여는 동물병원 시간에 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곱다란 똥 한 덩어리 누더니 다음부터는 줄줄 멀건 점액을 쏟아내지 않는가. 내가 씻는 동안 누나가 안고 앉아 있었는데 누나 팔에 뜨끈하게 또 점액똥을 흘려놨다. 화장실 가겠다고 버둥댄 기미도 없었단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변의를 표현하지 못 할 정도라면...혹시, 끝을 내려고 하는 걸까... 치밀고 올라오는 생각을 머리 저어 떨구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기운없이 안겨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병원 부근에 이르자 느낌이 왔나 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맡지도 못 하는 녀석이 어떻게 짐작을 하는지는 모를 일이나, 아무튼 눈 번쩍 뜨고 힘을 줘 버티면서 저는 아프지 않단다. 문득 픽 웃음이 나왔다. 저런 식으로 기겁을 하고 제 의사 표현하는 것 보면 크게 위험한 건 아니리라.
오늘따라 멍멍이 환자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별 거 아닌 증세부터 심각한 혼수상태까지...작은 시골 동물병원이 버글버글, 거의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진찰을 받았다. 똥검사와 초음파 등등...세균도 없고 염증도 없고, 장이 많이 부은 건 몇 년 전부터 생긴 피부 앨러지 연장이란다. 살갗에서 항문으로 장으로 이어지는 어차피 같은 세포, 진작에도 그 증세가 있었지만 오늘 그게 좀 심했던 것. 그리고 조금씩 약해지는 신장도 보탰을 거라네. 그거야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일. 일단 계속 토하고 설사하여 탈수가 된 것을 감안하여 링거를 맞았는데, 아주 적은 양이지만 1.7키로 작은 몸에는 결코 적은 양은 아닐 정도를 서서히...무려 다섯 시간에 걸쳐 맞혔다. 나와 딸이 번갈아 안고 있느라고 팔이건 다리건 저려서 죽을 지경이었다. 녀석은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왕자님처럼 안겨서, 행여 조금이라도 자세가 불편하면 신경질을 내가면서...쯔쯔. 그래도 신경질을 낸다는 것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 고맙다 여겨야 했다.

병원을 찾을 때면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다. 사소한 병이라도 증세가 심각해 보이는 까닭이다. 이제 버티고 이겨내는 힘이 없어서겠지. 그래도 몸 구석구석 찾아도 작은 종양 하나 없고 그 흔한 결석 한 알 없는 게 어딘가. 이 하나 흔들리거나 빠진 것 없어 먹고 싶은 것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어딘가. 하나씩 쇠약해지는 장기들이야 감내해야지. 이렇게 아플 때마다 꼬옥 안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다독이곤 했는데, 오늘 문득 내 욕심만 차릴 건 아니다 싶었다. 어떤 목숨이건 놓을 때 되면 놓아야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참고 매달리려다 보면 사실 그것 자체가 고통일 수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잡고 싶은 건 내 욕심일 뿐이리라. 남들보다 더 오래 함께 행복했으니 언제라도 떠난다면 아름다이 보낼 마음의 준비를 다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오늘은 별 탈 없이 생생해져서 돌아왔다. 하도 오래 한 자세로 안고 있었더니 나와 딸애가 모두 몸이 굳어져 찌뿌뜨하길래 드라이브 하자고 한 바퀴 돌았다. 제 딴에는 얼른 집에 가고 싶었는가. 꽁알꽁알 잔소리를 연신 해대서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밤 11시 경에 갑자기 그윽극 토하는 것이 멀건 물. 그렇지, 물밖에 먹은 게 없으니 물만 토할 밖에. 꼬르륵 끼익 뱃속에서 소리도 요란했다. 그렇게 굶어 장에 가스가 잔뜩 찼나 보구나, 무어라도 먹으면 가실까 했지만 일체 입에 넣는 것을 거부하고 요리조리 고개를 피하기만 했다. 어쩌냐. 토하고 나니까 다시 목이 마른가 또 어마어마하게 마시고 다시 토하고...몇 차례 반복하고는 또 고개 틀어박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밤새 댓 차례나 일어나야 했다. 자꾸 물 마시고 오줌 누고 토하고...미치겠다.
10시에 문을 여는 동물병원 시간에 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곱다란 똥 한 덩어리 누더니 다음부터는 줄줄 멀건 점액을 쏟아내지 않는가. 내가 씻는 동안 누나가 안고 앉아 있었는데 누나 팔에 뜨끈하게 또 점액똥을 흘려놨다. 화장실 가겠다고 버둥댄 기미도 없었단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변의를 표현하지 못 할 정도라면...혹시, 끝을 내려고 하는 걸까... 치밀고 올라오는 생각을 머리 저어 떨구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기운없이 안겨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병원 부근에 이르자 느낌이 왔나 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맡지도 못 하는 녀석이 어떻게 짐작을 하는지는 모를 일이나, 아무튼 눈 번쩍 뜨고 힘을 줘 버티면서 저는 아프지 않단다. 문득 픽 웃음이 나왔다. 저런 식으로 기겁을 하고 제 의사 표현하는 것 보면 크게 위험한 건 아니리라.
오늘따라 멍멍이 환자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별 거 아닌 증세부터 심각한 혼수상태까지...작은 시골 동물병원이 버글버글, 거의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진찰을 받았다. 똥검사와 초음파 등등...세균도 없고 염증도 없고, 장이 많이 부은 건 몇 년 전부터 생긴 피부 앨러지 연장이란다. 살갗에서 항문으로 장으로 이어지는 어차피 같은 세포, 진작에도 그 증세가 있었지만 오늘 그게 좀 심했던 것. 그리고 조금씩 약해지는 신장도 보탰을 거라네. 그거야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일. 일단 계속 토하고 설사하여 탈수가 된 것을 감안하여 링거를 맞았는데, 아주 적은 양이지만 1.7키로 작은 몸에는 결코 적은 양은 아닐 정도를 서서히...무려 다섯 시간에 걸쳐 맞혔다. 나와 딸이 번갈아 안고 있느라고 팔이건 다리건 저려서 죽을 지경이었다. 녀석은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왕자님처럼 안겨서, 행여 조금이라도 자세가 불편하면 신경질을 내가면서...쯔쯔. 그래도 신경질을 낸다는 것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 고맙다 여겨야 했다.

병원을 찾을 때면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다. 사소한 병이라도 증세가 심각해 보이는 까닭이다. 이제 버티고 이겨내는 힘이 없어서겠지. 그래도 몸 구석구석 찾아도 작은 종양 하나 없고 그 흔한 결석 한 알 없는 게 어딘가. 이 하나 흔들리거나 빠진 것 없어 먹고 싶은 것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어딘가. 하나씩 쇠약해지는 장기들이야 감내해야지. 이렇게 아플 때마다 꼬옥 안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다독이곤 했는데, 오늘 문득 내 욕심만 차릴 건 아니다 싶었다. 어떤 목숨이건 놓을 때 되면 놓아야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참고 매달리려다 보면 사실 그것 자체가 고통일 수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잡고 싶은 건 내 욕심일 뿐이리라. 남들보다 더 오래 함께 행복했으니 언제라도 떠난다면 아름다이 보낼 마음의 준비를 다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오늘은 별 탈 없이 생생해져서 돌아왔다. 하도 오래 한 자세로 안고 있었더니 나와 딸애가 모두 몸이 굳어져 찌뿌뜨하길래 드라이브 하자고 한 바퀴 돌았다. 제 딴에는 얼른 집에 가고 싶었는가. 꽁알꽁알 잔소리를 연신 해대서 한시름 놓았다.
# by | 2009/02/14 22:44 | D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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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골골하는 애를 키우는 처지라 글 클릭하면서 저도 같이 철렁 했습니다.
언젠가는 보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고 계속 자신에게 강조하지만 그게 마음으로 절대 미리 준비가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힘내세요~
아무리 연습을 거듭한다고 해도 이별만큼은, 죽음만큼은 절대 익숙해지지가 않지요.
그래도 미리 슬퍼하지 않고 사는 동안은 웃는 낯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함께 힘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