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았니?

-아놔.

애가 소리를 질렀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과제를 하려고 나갔던 애가 들어서면서다. 말없이 돌아보는 나한테 아이가 따따따따 쏟아냈다.

-3월 다가서, 이제 신입생 어쩌구 하는 행사 따위 다 끝났구나 안심을 했더니 4월도 어째 만만치 않겠어요.

-왜...또 무슨 일 있다든.

-다다음주에 2박3일로 야외스케치 간대요.

-가을에 가는 거 아니였어?

-봄 가을로 가는가 봐요.

-별 수 없지 뭐. 어쨌든 교수님들 모시고 스케치 하러 가는 거잖아.

-그게 순수한 스케치라면야 괜찮지요.

-물론 또 밤에는 술도 마시고 하겠지.

-그게 아니라요...아 참, 야외스케치 간다는 말 나오자마자 남자들이 우울한 표정이 된 거예요.

-왜?

-대뜸 여장남자 어쩌구...

-그게 뭔 소리야?

-그러니까 스케치 가면 어디에 언제 가서 어떤 일정으로...이러구 줄줄 나와야 정상 아녜요? 그런데 그런 소리는 없고, 스케치 갈 거니까 남자들은 여장할 준비를 해라 어쩌구 한 모양이예요. 염불엔 마음이 없이 잿밥에 어쩌구 한다는 말대로, 학교 벗어나니까 놀 궁리부터 하는 거지 뭐예요. 우리 과엔 남자들이 적잖아요. 그러니까 누가 하고 누가 안 하고 할 것 없이 몽땅 해야 한다고...그래서 남자들이 우울해졌어요.

에효, 놀지 못 해 죽은 귀신이 씌웠나. 뭐든 핑계거리만 잡으면 놀 계획부터 하는 게 언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 된 건지. 굳이 애가 신경질 내면서 쏟아붓지 않더라도 얘기를 듣고 보니 뻔한 나들이가 될 것 같다. 설사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아직 풋풋한 젊음들이 넘치는 캠퍼스는 좀 다르면 좋으련만, 어떻게 된 게 안 좋은 것부터 배우는 게 인간의 속성인가. 아직 열흘은 남은 일인데 애는 벌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 행사들...얼마나 더 남은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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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暗雲姬 | 2009/03/29 20:54 | 교육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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