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01일
눈물 났어요
다음 주에 있을 야외스케치 참여비용 5만 원을 아침에 아이에게 주어 보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지갑에 지폐를 넣고는, 아이가 툴툴거렸다.
-학회비 받아 뭐에 쓰고 등록금 받아 뭐에 쓰는 거래요? 빠지려고 했더니 수업이어서 안 가면 결석이 된다고 하던데, 그러면 수업에 왜 따로 돈 내고 참석해야 하는데요?
아이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이상한 건요...밤에 할 것만 이야기하고 밤에 할 것 준비물 얘기만 하는 거예요. 술, 게임, 놀이 따위. 대체 낮에는 뭘 할 건지,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도 얘기를 안 해요. 물어봐도 모른다거나 우물우물 지나치고요. 뭐 바로 직전에라도 알려주기야 하겠지만, 그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왜 수업의 일환이라고 하느냐고요. 이런 걸 일 년에 두 번씩이나 앞으로 사 년 내내 해야 하는 거예요? 교수님들도 간다고 했는데, 그 분들도 학생들이랑 같이 밤새고 놀면서 마시고 그러는 건가요?
내가 아니. 우리는 그런 것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새로운 교육퓽속도, 어른이 만들어준 건지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낸 건지는 몰라도 좌우간 나는 모르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교육'이라 함은 요상해져 버렸다. 태교는, 바른 마음씨를 가진 아이로 나게 하려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말만 하고 듣고 좋은 일만 하는 그런 게 아니라 보다 똑똑한 천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극을 찾아내는 데 골몰한다. 태어나서도 요람에 누워서 모빌을 바라보는 것부터 지식을 위한 공부로 유도하고, 유아교육은 놀이와 그것을 통한 자연스러운 친교 확대보다는 직접적 사회교육에 더 중점을 두어 한 줄 나란히에서 삐끗 빠져나오는 아이를 대단한 문제아인 양 호들갑을 떤다. 초등교육부터 중등, 고등 과정 열두 해 긴 시간이 오로지 일류대 합격 목표인 것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저학년을 위한 도서 맨위에 버젓이 뻔뻔하게 인쇄되어 있는 '논술고사를 위한 어쩌구'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니게 되었다. 그림을 배워도, 피아노를 배워도 당장 학교성적에 도움이 되든지 아니면 나중에 그쪽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라는 데서 시작한다.
이제 대학에 가니까 아이한테 매일 듣는 이야기가 '인간관계'니 '인맥'이니 하는 소리 뿐이다. 그래서 하구한날 선배들 모시고 다녀야 하고 후배들 잘 챙겨 거느려야 하고, 그것을 위한 행사들이 창조되어지는 모양이다. 그러한 것으로 인맥을 다져두어야 나중에 학벌로 밀어붙이기 좋은 거라나. 그림 그리겠다고 모인 딸네 학과에서 학벌 따져 좋은 건 뭐더라. 대학 강단에 서는 것, 미술인협회 감투...뭐 그런 걸 말하는 건가. 미술대학 졸업하여 성공한 거라는 거리에 어떤 간판들이 있는지조차 나는 모른다만. 좌우간...인맥 형성하기와 더불어 토익인지 뭔지 하는 영어공부, 양대산맥이다. 대학교육은 그 둘을 중심에 두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듯이 여겨진다.
-어제요, 2박3일 동안 강의 들어가지 못 하니까 전공 아닌 과목에 대해서 출석동의서인지 뭔지 하는 것 써서 제출하는 게 있었어요. 서식대로 작성해 내야 하는데 그거 쓰면서 눈물 났어요. 어머니, 저는요 그딴 데 안 가고 수업 듣고 싶어요. 현대인의 패션, 영어 커뮤니케이션...얼마나 재미있는데요...
# by | 2009/04/01 18:10 | 교육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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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직도 남았니?
-아놔.애가 소리를 질렀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과제를 하려고 나갔던 애가 들어서면서다. 말없이 돌아보는 나한테 아이가 따따따따 쏟아냈다.-3월 다가서, 이제 신입생 어쩌구 하는 행사 따위 다 끝났구나 안심을 했더니 4월도 어째 만만치 않겠어요.-왜...또 무슨 일 있다든.-다다음주에 2박3일로 야외스케치 간대요.-가을에 가는 거 아니였어?-봄 가을로 가는가 봐요.-별 수 없지 뭐. 어쨌든 교수님들 모시고 스케치 하러 가는 거잖아.-그게 순수......more
에효, 소위 예술합네 하는 이들마저 취직에 목 매고 승진과 성공과 감투에 목을 매니 다른 데에는 차마 할 말이 없군요...
지금 태어나지 않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한테는 미안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