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젊은 여자

저만치서 걸어오는 그 젊은 여자는 참 기괴해 보였다. 우리를 보고 살짝 고개를 숙이는 그 여자는 양팔을 당겨 팔짱을 껴 가슴을 감추는 듯한 몸짓이었는데 자기도 어색한 눈치였다. 하지만 기껏 팔짱으로만 다 가려질 게 아니었다.

그 여자는 여윈 몸집이었다. 다소 좁은 듯한 어깨가 각이 져 있는 데다 팔짱을 껴 잔뜩 옹크리고 있어 더 여위어 보였다. 그리고 옷 아래 드러난 맨다리도 역시 삐쩍 말랐다. 그게...아마 니트 원피스일 것이다. 살색이었다. 속치마를 입지 않아 아침 햇살을 등에 받고 무릎 위쪽 앙상한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하긴 요즘 여자들이 속치마를 입은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속옷 가게에 가도 속치마란 거의 없는 품목인지, 어쩌다 화려한 레이스를 자랑하려는 듯 야한 모양의 속치마가 진열돼 있는 것을 보긴 한 것 같은데, 속옷과 겉옷 구분이 안 되는 요즘 패션 추세로는 입고 나서면 그게 그것이겠지. 아무튼 니트 원피스인지라 가뜩이나 몸에 붙는데다 거기에 다리가 고스란히 비치는 살색이라니, 골라도 너무 절묘하게 골랐다. 팬티도 역시 살색으로 잘 골라 입었는가, 그렇게 착 달라붙고 비치면 언뜻 형태라도 보일 듯한데 마치 아무 속옷도 입지 않은 듯 매끈한 살색 일색이어서 젊은 여자의 하체는 마네킹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팔을 옹크려 가리려고 해도 가려질 수 없는 상체에 있었다. 새까만 색의 롱브라. 허리까지는 아니고 웃배 정도까지 내려오는 까만색 브라가 온몸이 벌거벗은 듯이 살색 일색인 데서 유달리 확 뜨이는 것이다. 그것이 부끄러움 내지는 어색함을 가리려고 그 몸짓으로 애를 쓰는 이유인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눈에 띄고 싶어 골라 입었음에 분명한 옷차림을 굳이 감추려고 하는 몸짓이 얄궂다. 물론 보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당당하게 반벌거숭이로 돌아다니는 것도 민망하기는 하지만. 이내 그 여자는 우리를 스쳐서 지나갔고, 남편을 내려주고 차를 돌려 나오는 내게 그 여자는 스스로 가릴 수 없는 등판 선명한 까만색 속옷을 보이며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상체만 속옷을 입고 걸어가는 듯한 여자를, 기말고사 때문에 느즈막히 등교하는 학생들이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중학교 교사에서 나와 고등학교 교사 현관으로 막 들어서는 그 젊은 여자는, 중학교 여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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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暗雲姬 | 2009/07/02 09:35 | 교육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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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이 at 2009/07/05 16:48
독일엔 노브라에 티셔츠만 입고 등교하는 언니들도 있어요. 야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여성해방운동가같은 느낌의 그녀들. 저도 첨엔 완전 놀람 민망 황당이었죠. 브라 자체도 패션으로, 컬러풀한 끈들을 목라인이 심하게 파진 티셔츠사이로 그냥 드러내죠. 이건 거의 모든 애들이 그냥 그렇게 하고 다님.
젤 맘에 드는 건, 풀밭이건 도심거리건 학교 건물안에서건 맨발로 돌아다니는 애들. 꼬맹이말고 그냥 어른들이.
그나저나 저 언냐는 왜 검정속옷을..
Commented by 暗雲姬 at 2009/07/06 08:28
어떻게 입든 자기 멋이지요.
남들 보기 너무 민망하지 않으면 어떤 차림새라도 괜찮아 하는 편이예요.
다만 학교에서 학생들 앞에 서는 선생님은 자기 표현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봐요.

한국은 교복 때문에 학생들 옷이 그렇게까지 자유롭지는 않지만 학교 밖에서는 비교적 많이 자유로워진 셈이지요.
맨발로...그건 특히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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