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08일
1년 반이나 지났는데
막둥이가 앞을 보지 못 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처음에 허둥거리는 녀석을 보면서 내 마음도 그에 못지 않게 허둥댔다. 그러는 내게, 녀석이 안쓰럽다 하면서도 이내 적응을 하게 되는 법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동호회에도 앞 못 보는 애가 있는데 전처럼 활발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벽에 붙듯이 의지해 잘 돌아다니길래 우리 막둥이도 그리 되겠거니 나 역시 믿었다. 그런데...처음 그대로다. 여전히 돌아서는 데마다 벽을 받고 의자다리에 부딪히고 미끄러져 휘청 구른다. 자고 일어나면 눈을 마구마구 비비는 것도 여전하다. 꿈에 본 세상이 왜 안 보이나 이상한 모양이다. 애가 꼭 사람 같더니만, 저는 사람인 줄 알더니만, 시력 잃고도 여느 개처럼 얼른 적응을 하지 못 하네, 쟨 정말 사람인 모양이야. 사람들이 그렇게 수근대며 혀를 찬다.
귀도 어두워지고 냄새도 못 맡게 되었다. 그래도 기를 쓰고 코를 바닥에 끌며 냄새를 맡고자 기를 쓰는 모습을 보면, 여기쯤 있을 텐데 왜 냄새가 나지 않지, 이런 혼잣소리를 하는 게 들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쓰리다. 방을 나와 거실을 몇 차례 빙빙 돌다가 쉬야를 한다. 생전 휴지로 닦아내는 걸 모르며 살았던 지난 세월을 지금 한꺼번에 겪는 것 같다. 다른 개들이 실수하는 것을 보면 갸우뚱했던 벌을 받나. 그래도 꼭 거기에만, 절대 엄한 데다가 실례를 하진 않는다. 가령 예를 들어 방이나 부엌이나 서재에는 절대, 아니 아예 화장실 근처가 아닌 다른 곳에다가는 실례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응가는 열 번 중 여덟 번은 화장실을 찾아가 해결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쉬야보다 응가를 참기가 더 쉬워 화장실까지 찾아들 시간을 버는 걸까. 아무튼 같은 곳을 수십 차례나 뱅뱅 돌고 돌다가 기어이 화장실 문턱을 넘어들어가 꼬부리고 힘을 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왈칵 눈물이 나온다.
대개 아침시간에는 서재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내가 어쩌다가 그걸 어기고 거실에서 TV를 보는 적이 있다. 한참 집중하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애가 없어진 걸 깨닫고 찾을라치면 서재에서 의자에 매달려 긁고 있는 모습을 본다. 거의 본능으로 시간을 헤아리는 녀석이 아마 그 때면 내가 컴퓨터 앞에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저를 안아올려달라고, 내 무릎에 앉고 싶다고 부탁하는 거겠지. 안아올려 무릎에 올려놓으면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눈을 감는다. 녀석 때문에 내 생활패턴을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이지 않으니까 부쩍 신경질이 늘고 성을 잘 낸다. 전에는 상황 판단이 되던 것이 되지 않으니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많겠다. 이틀 전에도 오밤중에 놀자고 비비는데 자다 깬 눈으로 시계를 보니 3시 10분이었다. 화가 나는 걸 참고 몇 번 타이르다 마침내 엉덩이를 두 대 툭툭 두들겨 말렸다. 아프지는 않았겠지만 맞았다는 게 속이 상한 모양이었다. 캄캄한 밤이라는 걸 모르니 내가 자야 한다는 걸 알 수 없었을 테고, 놀자고 하다가 맞았으니 성이 날 만도 하겠다. 잠에 취해 녀석 사정이야 헤아릴 길 없던 나는, 금세 잠잠해졌길래 잠들었겠지 하고는 다시 잠으로 골아떨어졌었다. 잠결에 돌아눕는데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아 화들짝 눈을 떴다. 옆구리에 코를 박고 자야 할 녀석이 없었다. 몸을 일으키자 어둠 속에서 녀석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녀석은...벽에 세워둔 쿠션 두 개 틈에다 코를 박고 꼼짝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딴에는 단단히 삐진 것이다. 시계는 3시 40분이었다. 그러면 30분을 그렇게 서서 자기 심통났다고 내게 시위를 한 거란 말이지. 웃음도 나오고 미안하기도 하고, 끌어다 안고 조용조용 사과를 하며 등을 살살 간지르자 비로소 화를 풀고 팔베게를 하며 누웠다. 저는 이내 잠에 빠졌는데 나는 그만 잠이 싹 달아났다. 아무 반응도 없는 나를 원망하며 쿠션 틈에 코를 박고 얼마나 비참하고 속이 상했었을까.
녀석이 적응하지 못 하는 모습에 나 또한 적응이 되지 못 해서 걸핏하면 눈물을 찍으며 산다. 길을 잘못 들어 식탁 아래 들어가는 적이 자주 있는데, 의자 다리에 연신 머리를 박으며 울다가 겨우 빠져나와서는 귀를 잔뜩 세우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 우리끼리 주고받는 목소리를 가늠하려고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서 있는 안타까움이라니. 큰소리로 부르면 고개를 돌리는 표정이 씩 웃는 것 같다. 아하 거기 있었구나, 이러면서. 꼭 껴안고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수시로 말한다. 사랑해! 잘 듣지 못 해 그 말을 잊을까 봐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한다. 고개를 돌려 영혼으로 내 눈 깊숙이 들여다보며 할짝할짝 얼굴을 핥는다. 아직은 잊지 않았나 보다.
귀도 어두워지고 냄새도 못 맡게 되었다. 그래도 기를 쓰고 코를 바닥에 끌며 냄새를 맡고자 기를 쓰는 모습을 보면, 여기쯤 있을 텐데 왜 냄새가 나지 않지, 이런 혼잣소리를 하는 게 들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쓰리다. 방을 나와 거실을 몇 차례 빙빙 돌다가 쉬야를 한다. 생전 휴지로 닦아내는 걸 모르며 살았던 지난 세월을 지금 한꺼번에 겪는 것 같다. 다른 개들이 실수하는 것을 보면 갸우뚱했던 벌을 받나. 그래도 꼭 거기에만, 절대 엄한 데다가 실례를 하진 않는다. 가령 예를 들어 방이나 부엌이나 서재에는 절대, 아니 아예 화장실 근처가 아닌 다른 곳에다가는 실례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응가는 열 번 중 여덟 번은 화장실을 찾아가 해결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쉬야보다 응가를 참기가 더 쉬워 화장실까지 찾아들 시간을 버는 걸까. 아무튼 같은 곳을 수십 차례나 뱅뱅 돌고 돌다가 기어이 화장실 문턱을 넘어들어가 꼬부리고 힘을 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왈칵 눈물이 나온다.
대개 아침시간에는 서재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내가 어쩌다가 그걸 어기고 거실에서 TV를 보는 적이 있다. 한참 집중하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애가 없어진 걸 깨닫고 찾을라치면 서재에서 의자에 매달려 긁고 있는 모습을 본다. 거의 본능으로 시간을 헤아리는 녀석이 아마 그 때면 내가 컴퓨터 앞에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저를 안아올려달라고, 내 무릎에 앉고 싶다고 부탁하는 거겠지. 안아올려 무릎에 올려놓으면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눈을 감는다. 녀석 때문에 내 생활패턴을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이지 않으니까 부쩍 신경질이 늘고 성을 잘 낸다. 전에는 상황 판단이 되던 것이 되지 않으니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많겠다. 이틀 전에도 오밤중에 놀자고 비비는데 자다 깬 눈으로 시계를 보니 3시 10분이었다. 화가 나는 걸 참고 몇 번 타이르다 마침내 엉덩이를 두 대 툭툭 두들겨 말렸다. 아프지는 않았겠지만 맞았다는 게 속이 상한 모양이었다. 캄캄한 밤이라는 걸 모르니 내가 자야 한다는 걸 알 수 없었을 테고, 놀자고 하다가 맞았으니 성이 날 만도 하겠다. 잠에 취해 녀석 사정이야 헤아릴 길 없던 나는, 금세 잠잠해졌길래 잠들었겠지 하고는 다시 잠으로 골아떨어졌었다. 잠결에 돌아눕는데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아 화들짝 눈을 떴다. 옆구리에 코를 박고 자야 할 녀석이 없었다. 몸을 일으키자 어둠 속에서 녀석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녀석은...벽에 세워둔 쿠션 두 개 틈에다 코를 박고 꼼짝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딴에는 단단히 삐진 것이다. 시계는 3시 40분이었다. 그러면 30분을 그렇게 서서 자기 심통났다고 내게 시위를 한 거란 말이지. 웃음도 나오고 미안하기도 하고, 끌어다 안고 조용조용 사과를 하며 등을 살살 간지르자 비로소 화를 풀고 팔베게를 하며 누웠다. 저는 이내 잠에 빠졌는데 나는 그만 잠이 싹 달아났다. 아무 반응도 없는 나를 원망하며 쿠션 틈에 코를 박고 얼마나 비참하고 속이 상했었을까.
녀석이 적응하지 못 하는 모습에 나 또한 적응이 되지 못 해서 걸핏하면 눈물을 찍으며 산다. 길을 잘못 들어 식탁 아래 들어가는 적이 자주 있는데, 의자 다리에 연신 머리를 박으며 울다가 겨우 빠져나와서는 귀를 잔뜩 세우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 우리끼리 주고받는 목소리를 가늠하려고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서 있는 안타까움이라니. 큰소리로 부르면 고개를 돌리는 표정이 씩 웃는 것 같다. 아하 거기 있었구나, 이러면서. 꼭 껴안고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수시로 말한다. 사랑해! 잘 듣지 못 해 그 말을 잊을까 봐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한다. 고개를 돌려 영혼으로 내 눈 깊숙이 들여다보며 할짝할짝 얼굴을 핥는다. 아직은 잊지 않았나 보다.
# by | 2009/09/08 10:55 | 막둥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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