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후 살펴주세요

가끔 막둥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고 뒷걸음을 치는 적이 있다. 심지어는 고기를 줘도 안 먹겠단다. 안아들고 배에다 귀를 대봐도 가스도 차지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기운이 떨어지거나 아퍼 보이지도 않는데. 처음에는 그저 걱정만 했다. 조금 두고 보다 병원에 가야지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녀석이 마음을 돌이켜 사료고 간식이고 꺼내놓은 것을 먹는다. 에에 괜히 걱정했잖아, 안도와 함께, 대체 조금 아까까지는 왜 안 먹었을까 궁금했다. 물어도 대답하지는 않고. 그런 적이 몇 해이뇨. 그런데 며칠 전에야 그 답을 알았다.

그 날도 내미는 것은 무엇이나 고개를 요리조리 빼면서 거부를 했다. 역시 아퍼 뵈지는 않았다. 답답한 마음이지만 어쩌나, 할 수 없이 무릎에 눕혀놓고 토닥토닥. 가만히 엎뎌 있던 녀석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데 언뜻 어금니에 노란 게 보였다. 아침에 단호박 찐 거 조금 먹더니 그게 붙어 버렸구나. 얼른 손가락을 넣어 이에 붙은 것 떼어주자 다시 개운한 하품. 단호박이나 밤, 감자, 고구마 따위 좀 무른 것을 먹다 보면 완벽하게 삼키지를 못 할 때가 있다. 양볼이 볼록해져 만져보면 먹던 게 어금니 바깥쪽, 즉 볼과 사이에 붙어 있는 적이 많았다. 가끔은 입천장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으면 대개 손으로 주둥이를 문지르거나 해서 제딴에는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한다. 그게 가능하지 않을 터, 결국 내가 손가락을 넣어 살짝 밀거나 떼어내거나 해주곤 했다. 내 앞에서 하지 않을 경우 오래 혼자 그 짓을 하다 보면 주둥이털이 빠지고 얼굴이 온통 침으로 젖어 처량한 꼴로 나로 하여금 미안하게 한다. 그런데 저도 몹시 불편하게 큰 게 붙어 있다면 그렇게 비비기라도 하지, 자그마한 것이 어금니에 걸리거나 앞니 바로 위쪽 천장에 살짝 붙어 있으면 달리 표현을 하지 않더라. 어쨌든 먹는 것은 불편한 모양으로, 어찌어찌 절로 떼어질 때까지 생으로 굶는 것이다. 그걸 이제사 알게 되었다. 내가 너무 둔한 건가.

어제도 저녁밥 먹을 때인데 좋아하는 것 얹어줘도 뒷걸음질을 쳤다. 혹시나 하고 붙들어 앉히고는 양쪽 볼-어금니 있는 부분을 문질러줬다. 입안에 손가락을 넣는 것을 워낙 싫어하는지라 대개 이렇게만 해도 어금니와 볼 사이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것은 떨어진다. 떨어진다기보다는 무른 것이라서 녹는다고 해야 할까 으깨 흩어진다고 해야 할까. 아니나 다를까, 헛입질을 몇 번 하더니만 일부는 꿀꺽 삼키고 일부는 칵 뱉아내고. 뱉은 걸 보니까 역시 아침에 먹은 고구마다. 세상에, 으깨진 고구마를 하루종일 입에 물고 살았단 말야? 아무래도 무른 간식 먹고 나면 다음 순서로 무조건 볼을 살살 비벼 마사지(?)를 해주어야 할 것 같다. 평생 적응하지 못 하는 이빨닦기인지라 사나흘에 한 번 견뎌주는 게 어딘가고, 아침 저녁 닦아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아침 고구마와 이별을 하고서야 비로소 더듬더듬 밥그릇을 찾아가 아드득 맛있게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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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暗雲姬 | 2009/09/27 11:18 | 막둥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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